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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보다 조폭환자가 암 더 잘낫는 이유

서비스매너연구소22.11.28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 세계적인 암전문의 김의신 박사(80)는 암치료에는 수술이나 약물보다 환자의 ‘마음가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말기 암환자라도 느긋하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바깥에 나가 운동을 하는 등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의 치유율이 높았다.

말기 암환자라도 느긋하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바깥에 나가 운동을 하는 등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의 치유율이 높았다. /출처=셔터스톡

매사 따지고 불안해하고 왜 빨리 낫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환자는 안 낫고, 1% 가능성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잘 먹고 유쾌하게 지내는 환자가 잘 낫는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세계 최고 암치료기관인 미 MD앤더슨 암센터에서 32년간 종신교수로 일하면서 ‘미국 최고의 의사’에 11차례나 선정된 명의(名醫)다. 그런 그가 현대 서양의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수술과 약물보다 동양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마음(心)’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1980~2010년 한국인 암 환자는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잘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으며, 힘없이 누워 낙담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반면 다른 나라 환자들 중에는 활기차며 스스로 바깥에 나가 운동하거나, 벤치에 한가롭게 앉아 볕을 쬐고 귀에 이어폰 끼고 음악 듣거나, 책을 읽으며, 병실에서 느긋하게 노트북 컴퓨터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껏 웃고 눈물도 흘리는 이가 많았다.


특히 종교적으로 내세관이 뚜렷한 미국인들은 ‘천당 가서 다시 만나자’고 여유있는 농담을 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가하면, 1% 치유 가능성에도 “와우, 가능성이 내게 있네요”라고 감사해한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박사는 한국인 암한자의 치유성적이 유독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경험적으로 터득했다고 한다.


한국인 환자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어려운 이들이 의사, 변호사, 검사 등 소위 학력 높고 지식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는커녕 마치 취조하듯 의사들에게 따지고 자신의 ‘어설픈’ 지식을 내세우며 의사 말 한마디 한마디에 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진다.


담당 의사를 믿고 의지해도 어려운 판에 본인 스스로 믿지 못하고 좌절하며 비관적 방향으로 몰아가니 암세포들은 얼씨구나 좋다 오히려 만세를 부르며 신나게 몸집을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 반면 그렇지 않은 한국인 환자들도 있었다. 서울보다 지방, 도시보다 시골, 많이 배운 사람보다 좀 덜 배운 선량한 사람들이 치료성과가 좋았다. 생각이 너무 많고 계산적인 사람보다 순박하고 남을 잘 믿는 사람들이 의사 말을 잘 따르고 성실하게 치료에 임한다고 했다.


또 성격적으로 명랑한 기질, 그중에서도 소위 ‘주먹’, ‘깍뚜기(조폭)’로 통하는 사람들의 치료성과도 좋았다.


그들은 세계 최고 암 전문병원에 와서도 침울해하거나 슬퍼하는 기색도 없이 매일 먹고 놀 궁리만 했다.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김 박사에게 전화해 병원에서 가까운 골프장이나 ‘물 좋은’ 술집이 어디냐고 묻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박사의 ‘조폭환자 예찬론’은 비유적 표현이다. 이렇듯 마음을 내려놓고 낙천적으로 사는 마음가짐이 암 투병에선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암전문기관 MD앤더슨 암센타의 전설 김의신 박사. 한국 암환자들의 특성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근심과 걱정이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 암전문기관 MD앤더슨 암센타의 전설 김의신 박사. 한국 암환자들의 특성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근심과 걱정이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클리닉 저널

# 김의신 박사는 1960년대 25세때 의사가 되어 베트남전에 참전해 2년간 극한 상황을 겪었다. 그때 그는 ‘사람은 쉽게 죽지 않지만, 작은 총상이라도 악을 쓰며 살겠다고 떼쓰는 환자는 다 죽는다’는 교훈을 배웠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머리에 심각한 중상을 입어도 조용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중환자는 명상을 하듯 가만히 앉아서 어느 정도 죽음 앞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죽음의 공포에 잡아먹힌 사람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악을 쓰는 환자들은 얼마 못 가 사망했다. 아무리 살고 싶다고 떼를 써도 소용없었다. 신기하게도 이런 모습은 암환자들에서도 똑같이 발견할 수 있었다.”


김 박사는 병을 낫게 하는 요소중 80%는 환자 자신의 치유능력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암 치료에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平靜)’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암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자세가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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