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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SOS 보내는 개발 전초기지

서비스매너연구소23.06.29

나노종합기술원 옐로 룸에서 연구진이 12인치 반도체 핵심 장비 불화아르곤 이머전 스캐너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장비는 감광제가 분사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장비다. 나노종합기술원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연구 개발, 전문 인력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까지도 시험할 수 있어서 연구 개발 결과를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22일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만난 안치원 책임연구원은 “12인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곳은 국내에 나노종합기술원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국산화 지원과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검증,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12인치 웨이퍼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

 

이날 나노종합기술원 청정실 한쪽의 일명 옐로 룸이라 불리는 공간에는 초록색 방진복을 입은 연구진 10여 명이 몰려 있었다. 옐로 룸은 자외선을 막기 위해 유리벽과 조명에 노란색 필름을 붙인 공간이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감광제가 백색광에 노출돼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소부장 업체 연구진은 자사가 개발한 감광제를 나노종합기술원의 장비로 시험해보고 있었다. 매년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하는 약 700곳의 기관 중 450곳이 일반 기업일 만큼 국내 반도체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안 책임연구원은 나노종합기술원에 마련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노광장비 불화아르곤 이머전 스캐너(Arf Immersion Scanner)는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지만 새 장비가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라면서 중소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면 나노종합기술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도체 융합 기술로 미래 먹거리 개발

 

나노종합기술원은 미세공정이 가능한 반도체 장비·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미래 먹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가 대표적인 분야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개인화·소형화되는 추세에 맞춰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칩 등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태재 나노바이오개발센터장은 반도체 기술에서 파생된 미세 유체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칩과 헬스케어 기기, 유전자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미세 공정을 통해 배터리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 충·방전 효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엿보면서 개발 장비의 국산화도 추진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픽셀 크기를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게 만들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에 활용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나노종합기술원 분석실에는 반도체 구조를 200만배로 확대해 미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 현미경 등 첨단 장비들이 마련돼 있다. 반도체 기술 분야가 바이오와 배터리 등으로 확대되면서 분석실도 바빠지고 있다. 만들어진 소자를 분석하기 위해 나노종합기술원에 의뢰해도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 고진원 분석평가센터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관련 특허 분쟁이 일어나면 법원이 나노종합기술원에 특허 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분석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교두보 역할

 

박흥수 나노종합기술원 원장은 반도체 기술 전쟁 시대에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DB하이텍 부사장 등 현장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반도체 베테랑이다.

 

나노종합기술원은 국내 반도체 부문 소부장 중소기업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국내 반도체 대기업으로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평가 대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더 빠르게 대기업으로 진출할 길이 열리고, 대기업은 나노종합기술원이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해당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연구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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