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매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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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일 잘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시간 관리 습관”

서비스매너연구소23.12.28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요즘 문구매대에 가면 2024년을 앞두고 각양각색의 다이어리가 깔렸다. 하지만 애써 고른 다이어리는 수개월, 아니 수 주내 방구석 한쪽을 차지하게 된다. 다이어트, 영어 공부, 금연 등 거창했던 신년 목표가 쉬이 잊혀지듯 우리는 다이어리의 존재도 쉽게 잊고 만다. 그러면서도 매년 습관처럼 홀린 듯 다이어리를 사게 된다.

 

오프라이트 홍남호 대표(33)는 이를 불안때문이라 설명한다. 올해는 작년과(또는 내년은 올해와’) 달라야 한다는 불안함이 다이어리를 사라고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불안을 없애는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을 제안했다.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에 맞춰 나열한 뒤, 당장 할 일을 제외하곤 신경을 꺼버리는 방법이다. 이를 오프라이트(off light)라고 불렀다. 홍 대표를 만나 그의 온앤오프를 들었다.

 

오춘기 극복기

2009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성인이 된 후 뒤늦은 사춘기가 왔어요. 결석을 밥 먹듯 하다 2학년 2학기 땐 학사경고까지 받았습니다. 군 제대 후 서비스 디자인이란 강의를 들으면서 정신을 차렸어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유용하게 바꿔주는 앱·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보는 수업이었는데요.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구열이 솟아올랐습니다. IT·서비스 관련 산업으로 진로를 정한 것도 이때였죠.”

 

그동안 관심 없던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곳이었어요. 일주일에 30여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자료를 만들어 매주 월요일마다 보고했습니다.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이해한 내용을 몇 분 만에 분석·평가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난 한참 멀었구나 싶었어요. 언젠가 내 능력을 충분히 키워 다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 위해 개발을 배웠다. “마침 교내에서 멋쟁이 사자처럼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참가자를 모집하더군요. 5~6명이 팀을 이뤄 개발 강의를 듣고 실전으로 앱도 만들었어요. 대학생을 위한 공모전·대외활동 정보 플랫폼이었는데요. 이걸 사업화하고 싶었는데 팀원들이 취업을 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다음 창업을 함께할 동료를 찾기 위해 저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163월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 담당자로 입사했다. “주차 파트에서 정산 하드웨어 인프라 자료를 조사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택시를 호출하면 어떤 택시부터 순차적으로 배차할지 배차 로직을 최적화하거나, 콜이 몰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가격 변동 로직을 짜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일도 했죠.”

 

카카오벤처스로의 복귀

입사 1년을 막 넘겼을 무렵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주니어급의 심사역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어요. 너무 감사했지만 조심스럽게 거절했습니다. 이전에 인턴을 하며 느낀 부족함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 대표님은 그 부족함을 어떻게 채우고 싶은지되물었고, 실전 경험을 더 쌓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투자한 회사에 파견해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하셨어요.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20178월 출근지를 옮겼다. 심사역으로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직무였다.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라프텔투자 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로서 주요 OTT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작품은 이미 진부하다 느끼고 있었어요. 이번 분기 신작을 보려면 불법으로 다운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라프텔은 이 문제를 합법적으로 풀었다는 점이 강점이었죠. 결국 6개월 만에 대형 전자책 플랫폼사에서 라프텔을 인수해 몇 배의 수익을 봤습니다.”

 

성과를 낸 날을 제외하면 늘 미간을 한껏 찌푸리곤 했다. 가장 성가셨던 문제는 주주명부였다. “VC(벤처캐피탈)에서 스타트업에 주주명부 최신판을 요청하면, 스타트업 대표는 엑셀파일을 직접 수정해 인쇄하고 법인 인감을 찍은 스캔본을 PDF로 변환해 보냅니다. VC담당자는 이 PDF파일을 열고 그 값을 다시 자신의 엑셀 파일에 입력하죠. 이런 비효율적인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 싶었어요.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199월 스타트업 금융 업무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쿼타북을 개발했다. 주주총회·스톡옵션 기능을 더하면서 토스·당근·오늘의집 등 대형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 “내심 아쉬움을 느끼던 부분은 매일 쓰는 앱이 아니란 점이었어요. 주총이 끝나면 3~4개월간 접속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죠. 유저들이 매일 쓰는 서비스를 만들겠단 포부를 안고 정든 쿼타북에 이별을 고했죠.”

 

불을 끄면 더 밝아진다

20232월 뜻이 맞는 동료들과 새 팀을 꾸렸다. 4명이었다. “나와 내 동료들이 매일 쓰는 업무 툴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툴을 만들지 더 뾰족한 콘셉트를 잡기 위해 2개월간 160여 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전 직장 동료부터 스타트업 CEO·직원, 학교 후배 등을 만나 어떻게 일하는지한 명 한 명의 타임라인을 쫓아갔죠.”

 

이메일 외에도 슬랙(slack), 노션(notion) 등 업무를 도와주는 툴은 많아졌다. “그게 문제였어요. 업무 요청이 다양한 툴에 흩어져 있어 매일 순회공연을 해야 했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데요. 산재된 일 속에선 익숙하거나 빨리 끝낼 수 있는 일부터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려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죠. 당장 집중해야 할 일 외엔 잠시 관심을 거둘 필요가 있어요. 여러 가지 업무·생각을 전구에 비유해 오프라이트(off light·불을 끄다)’란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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