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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 성공 공식 없어…실패하며 스스로 체득해야”

서비스매너연구소24.02.28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하루였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회사로 출근해 연간 계획을 고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매주 꼬박꼬박 주간 계획을 짜다 보니 어느새 계획의 단위가 월간에서 연간으로 늘어나 있었다. 문득 이렇게 20번 이상 연간 계획을 짜다 보면 정년퇴직이겠거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된 미래가 갑자기 갑갑하게 느껴졌다. 어렵사리 들어간 현대차를 그만둘 결심은 그렇게 굳히게 됐다.

 

이정협 비더시드 대표는 비교적 이른 30대에 인생 2막을 열었다. 직장 생활 10년을 채운 202135세에 현대차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 비더시드를 설립했다. 1985년생인 그는 대학 졸업 후 201125세에 현대차에 입사했다. 입사 동기 중 자신보다 어린 나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하니, 바늘구멍으로 불리는 대기업 문턱도 일찍 넘은 편이다. 이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단기 계획에 몰두하게 되는데 어느 날 문득 내년 계획을 생각하니 시간이 빨리 가는 게 느껴지더라회사 책상에 앉아 연간 계획을 20번 정도 짜다 보면 결국 퇴직 시점이 다가오고 그때까지 노후 준비를 다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안정을 내려놓은 대가는 컸다. 17차례 창업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회사에서 만난 아내와 사이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까지 있는 가장(家長)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퇴사하지 않았다면 정년까지 20년 이상은 해마다 늘어나는 연봉을 받았을 것이다. 현대차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처음 1억원을 넘었다. 이 대표는 여러 채널에서 창업의 성공 공식을 말하지만, 공식에 따른 창업 성공은 허황된 얘기라며 계속해서 망해봐야 망하지 않는 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 과정에서 경험한 실패를 앞세워 세종대 융합창업전공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창업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비더시드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더시드라는 회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예비 창업자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브랜딩, 홍보, 투자 유치와 운영 전반에 걸친 맞춤형 성장 전략을 제시한다. 법인 설립 단계부터 지분 분배 같은 초기 기업의 필수적인 요소부터 사업 아이템의 시장 검증 지원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 브랜딩 등을 제공한다.”

 

회사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직장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도 퇴사 후 함께 일하고 있다. 일을 하며 지속 가능에 대한 확신이 서 지인들도 여러 차례 설득했다. 군대에서 선·후임으로 만났던 이들인데 같은 현대차 출신도 있고, 롯데에 다니던 친구도 있다. 이전 직장보다 많이 벌고 있어 다들 만족하고 있다(웃음).”

 

현대차 퇴사 후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201125세에 현대차에 입사한 뒤 202110년 만에 퇴사했다. 통상 사람들은 이번 주말은 뭐할지와 같은 단기 계획을 많이 생각하지 않나. 그러다 어느 날 내년도 계획을 세우게 됐는데 지금으로부터 27번 정도 계획을 세우면 퇴사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27번이면 27년인데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언젠가) 마주하게 돼 있다.

 

퇴직 연령이 50대 초반이라고 하면, 50년 이상 더 살아야 하는데, 퇴직 시점까지 모은 돈으로 과연 노후 준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회사를 계속 다니며 고위 임원까지 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지만, 현실은 별 따기지 않나. 시점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창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창업한 사업은.

아내가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과 온라인 카페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을 보고, 별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버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려 했는데 창업이 처음이다 보니 서툴렀고, 아는 게 크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채용한 개발팀과 여러 차례 부딪혔고, 개발팀이 모두 회사를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망했다.”

 

후에는 어떤 사업들을 했나.

다국적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블록체인 컨설팅펌, 숙취해소제 제조사, 라이브 커머스 기반 온라인 상거래 회사, 수입차 부품 해외 구매 대행 서비스, 스튜디오 임대, 영상 촬영 회사, 예술 공연 기획사 등 17개 업체를 창업했다. 현재 비더시드 역시 여기에 포함되며,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웃음).”

 

실패해도 계속해서 창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거나 얻고 싶을 때는 실패를 통해 체득할 수밖에 없다. 일부 채널에서 성공을 위한 공식을 설명하지만, 창업에 공식은 없다. 유년기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는 것은 걷기 위함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함이다. 창업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를 경험해 봐야 실패하지 않는 법을 알 수 있다. 나만의 성공 방식으로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다. 실패하기 위해 창업을 지속하고 있다.”

 

창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자금일 텐데.

최근 정부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생각 중인 사업 아이템과 잘 맞는 정부 지원 사업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 돈을 아껴야 한다. 여러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할 수도 있고,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돈을 벌 수도 있다.”

 

굳이 창업해야 하나. 퇴직 후 재취업을 하면 되지 않나.

퇴직 이후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이 육체적 노동으로 한정될 것이다. 전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한 뒤 은퇴한 70세 노인이 인턴으로 취직해 최고경영자(CEO) 비서로 일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인턴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고용주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인력을 채용해 부리는 것도 한국 문화 정서상 어려울 것이다.”

 

창업 실패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창업을 고민하다 가장 많이 하는 게 프랜차이즈 창업인데, 모아둔 돈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창업 기회도 아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며 적정 수준의 경험을 쌓은 30대 초중반 연령대부터 창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학에 다니며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강의를 하면 창업 의지가 있는 대학생들이 아주 많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사람이 가진 유일한 자원은 시간이다. 돈을 버는 행위는 시간과 바꾸는 것이며, 우리는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다시 시간을 산다. 인생은 이런 행위의 반복이다. 창업하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다. 주어진 자원을 온전히 나에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도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지만, 그때가 언제든 당신은 창업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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