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매너신문

서비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실시

유통

반도체 칩도 장기도 맞춤형 주문... MIT가 꼽은 10대 미래 기술

서비스매너연구소23.03.30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꼽은 혁신기술 집중 분석

초미지(超未知)의 위기. 현대경제연구원은 15‘2023년 국내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현재 한국 산업이 직면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미지의 미지, 영어로는 ‘unknown-unknown’이라고 부를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물론 한국은행도 심각한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오스트리아 재무상을 맡았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술 혁신이 현대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 결합또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입증돼 왔습니다. 문제는 어떤 기술이 어떻게 미래를 바꿀지 미리 알아보고 뛰어들어 주도권을 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산업의 최근 동향을 살피고, 시대적 흐름을 함께 들여다 본다면 어렴풋하게 후보 정도는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120년 전통의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초 인류의 미래를 바꿀 ‘10대 미래 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올해도 지난 10일 최신호에 ‘2023년의 10대 미래 기술을 게재했습니다. 우주를 내다보는 새로운 인류의 눈부터 예술의 영역에 뛰어든 AI(인공지능),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인공 장기, 고대 유전자 분석, 배터리 재활용처럼 우리의 근원을 탐구하고 삶을 바꿀 기술들이 가득합니다. 물론 당장 실현될 기술도 있고, 10~15년 뒤를 기대해야 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번 디코드 2.0에서는 이들 기술이 어떤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크리스퍼 가위

불과 5년 전만 해도 크리스퍼(CRISPR)라는 개념은 극히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실험실의 기술이었습니다. 흔히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 크리스퍼와 특정한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2012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원리와 활용법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거나 이어 붙일 수 있고 사람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미 유전성 빈혈 같은 분야에서 환자를 고친 사례가 있고, 일본에서는 영양소를 높인 토마토가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태아의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엄마 뱃속에서 사전에 교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기술보다 손쉽고 폭넓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순식간에 유전자 연구의 주류가 됐습니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크리스퍼의 가능성 가운데 현대인의 심각한 문제인 성인병, 고콜레스테롤 치료에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뉴질랜드의 한 여성이 유전자 교정 치료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영구적으로 낮췄습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었던 환자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과학자와 의사들은 이런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존보다 발전한 크리스퍼 2.0, 크리스퍼 3.0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수많은 중증 질환과 고혈압 같은 질병을 더 안전하고 오류 없이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크리스퍼를 둘러싼 특허 분쟁이 시사하는 바도 있습니다. 크리스퍼는 엄청난 후속연구와 응용이 보장된 영역입니다. 이에 대한 특허 권리를 주장하는 그룹이 두 곳 있습니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이끄는 UC버클리는 크리스퍼를 먼저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미국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연구소는 본인들이 크리스퍼를 생물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맞서 왔습니다. 원리를 발명한 쪽과, 이의 응용성을 확인한 쪽이 싸우는 형국입니다. 다우드나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 소장과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특허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미국 특허심판원은 브로드연구소의 독자적인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무조건 먼저 만든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응용에 대한 권리도 인정한 것이죠. 엄청난 부가가치가 예상되는 크리스퍼 분야에서 한국도 아직 존재감을 나타낼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