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식품 R&D 통합오피스’ 출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요새 누가 밥 두 공기씩 먹나요. 겨우 반 공기 먹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자꾸 소비자들께 밥만 더 드시라고 하면 안 됩니다. ‘한국판 코냑’처럼 우리 쌀로 빚은 명품 증류주를 개발해 쌀 소비 촉진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우리 쌀로 만든 소주’ 얘기를 꺼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끼니당 쌀 50g을 먹는다. “알코올 도수 42도짜리 증류식 소주 한 잔(45mL)을 만드는 데 쌀 52.5g이 들어가니까, 술 한 잔에 한 끼 분량 쌀이 소비되는 셈이죠.” 이 회장은 “증류식 소주뿐 아니라 쌀과자, 쌀국수 등 고급 신제품을 많이 만들어야 쌀 소비도 늘어나고 쌀 가격도 안정돼 농민 시름을 덜 수 있다”고 했다.

◇쌀로 만든 어묵, 쌀 볶음면까지

이 회장은 쌀로 만든 고품질 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1일 ‘농협식품 R&D 통합오피스’를 출범시켰다. 농협홍삼, 농협식품, 농협목우촌 등 계열사마다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상품기획 파트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취임 때부터 생각했는데, 좀 늦었죠. 지역 쌀 소비를 늘리겠다고 경기도 쌀을 풀면 전라도 쌀이 남는 식으로는 쌀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농협은 유망 국내 중소 주류기업들에 농협 쌀을 공급해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질 증류주를 만드는 식의 합작 투자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도 고급 소주를 좋아한다”며 “농협 우리 쌀로 빚은 증류주를 ‘한국판 코냑’으로 키워내면 우리 농업 ‘따봉’ 아니겠냐”고 했다. 농협 R&D 통합오피스는 이달 말 현미맛·양파맛 우리쌀칩을 내고, 오는 11월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넣은 ‘쌀 어묵’과 쌀국수와 비슷한 ‘쌀 볶음면’을 출시하는 등 쌀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장은 “쌀 가공식품들이 앞으로 농협 김치 같은 대표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4월 전국에 8개로 흩어져 있던 김치 농장을 합쳐 ‘한국농협김치’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농협 김치 매출은 2021년보다 7.1% 늘고, 수출은 15% 성장했다. “학교 급식할 때 어린이 김치를 많이 찾는 점을 감안해서 지난 5월부터 어린이 김치도 내놨더니 반응이 참 좋아요. 백화점 식품 코너도 일부러 가서 둘러보는데 우리 김치가 잘 보이는 곳에 딱 놓여 있는데 뿌듯하더라고요. 그만큼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농협 김치를 찾는다는 거죠.”

 ◇“여성이 오고 싶은 농촌 만들어야”

농민이 조합원인 농협 입장에서 농촌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은 지상과제다. 이 회장은 “농촌 일손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농촌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농협은 ‘청년농부사관학교’를 통해 청년농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450여 명을 교육했더니, 이 중 60%쯤 귀농하더라”며 “현장에 찾아가보니 청년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 ‘농업이 최고’라고들 한다”고 했다. “50년 전 농협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다 손으로 농사를 지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무인 농기계에 스마트팜 시대예요. 젊은 사람들이 꿈을 펼치기 좋은 곳이 농촌입니다. 얼마 전 경기 안산시에 1만4000평 규모 스마트팜을 꾸렸는데, 청년농 한 명당 360평씩 내줄 생각입니다.”

그는 특히 “여성이 오고 싶은 농촌을 만들어야 젊은 귀농 가구가 늘 것”이라 했다.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는 전체 온실의 99%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스마트 온실로, 여성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 살기 좋은 농촌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 회장은 “여성들이 만족하는 농촌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가족이 함께 귀농하고, 동네가 살아날 것”이라며 “농촌 빈집을 활용해 문화 시설도 만들고, 아이들 학원 시설도 만들어 여성과 가족 모두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패키지 지원책이 나와야 농촌이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