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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밀려나고... 5만원 미만 위스키가 잘 팔린다

서비스매너연구소24.03.28

직장인 이모(37)씨는 요즘 친구 모임이 있을 때면 대형 마트 주류 코너에서 위스키를 1병씩 산다. 이전에는 700mL10만원이 넘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아 소주나 수입 맥주를 샀다. 그러나 지금은 마트 진열대에 값싸고 맛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2~3만원짜리 위스키가 줄줄이 놓여 있어 부담이 훨씬 줄었다. 이씨는 최근 위스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집어 들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은 1만원대 상품도 많아 모임에서 편하게 나눠 마신다고 했다.

 

고가(高價) 위스키가 물러나고 5만원 미만의 위스키가 인기다. 위스키는 코로나 당시 하이볼(위스키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열풍을 타면서 품귀 현상을 보이다가 엔데믹 이후 인기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5만원 미만 위스키의 성장세는 여전히 무섭다.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위스키 시장도 5만원 미만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저가 위스키가 시장 이끌어

 

최근 주류 전문 매장에선 저가 위스키가 판매량 상위권을 휩쓸었다. 신세계 L&B의 와인앤모어 전국 매장에서 올해 1~3월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는 1L(리터)1만원대인 그란츠 트리플우드였다. 2위는 10만원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가 차지했지만 3위부터 산토리 가쿠빈(3만원대)’ ‘짐빔 화이트(3만원대)’ ‘몽키숄더(5만원대)’ 5만원 미만의 위스키가 줄을 이었다. 위스키 판매량 1~10위 제품 중 7종이 1~4만원대였다. 1만원대 저가 위스키의 인기도 상당하다. 홈플러스에선 1900원짜리 글렌스택 스카치 위스키의 누적 판매량이 20만병을 넘어서서 화제가 됐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위스키 판매량 상위권은 맥캘란, 발베니, 시바스리갈, 라프로익 등 10만원이 넘는 위스키가 차지했다. 물량이 적은 데다 스코틀랜드, 일본 등에서 생산한 고가 제품 위주로 수입됐지만, 코로나 시기 위스키 열풍이 불면서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0~30대 사이에서 하이볼이 유행하고, 홈술 열풍으로 위스키를 한두 잔씩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저가 위스키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고가 위스키의 인기가 꺾이고 리셀 가격도 낮아지면서 중저가 제품이 더욱 강세가 됐다고 분석한다. 유통업계에선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외식 물가까지 모두 오르면서 전 연령대에서 너무 비싼 위스키 대신 중저가 위스키를 많이 찾게 됐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3586t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그런데 수입액은 25957만달러(3483억원)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중저가 위스키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수입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형 마트 주류 코너에서도 저가 위스키가 전체 매출을 이끌고 있다. 이마트의 20235만원 미만 위스키 매출은 2022년에 비해 21.5% 늘었다. 롯데마트에선 30%, 홈플러스는 38% 증가했다. 대형 마트별로 5만원 이상 위스키 매출 증가율보다 6~11%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주류 수입 업체들은 중저가 위스키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스카치 위스키 커티삭(3만원대)’을 국내에 출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달 서울 홍대에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3만원대)’을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인도의 룰렛 프리미엄 위스키2만원대에 판매했고, 올해엔 호주의 ‘NED 위스키를 비슷한 가격에 내놨다.

 

저가 위스키도 한국이 더 비싸가격 논란은 계속

 

중저가 위스키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우리나라 위스키 가격이 유난히 비싸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고가 위스키는 미국, 일본 등 해외보다 많게는 2배까지 비싸다는 지적을 받는다. 저가 위스키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일본 산토리 가쿠빈은 일본에서 살 때 1500(13200) 수준인데, 국내 주류 매장에선 4만원 안팎에 판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값비싼 위스키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위스키 전체 시장이 정체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게 됐다깜깜이식으로 값을 올린 수입 업체들이 제 발등을 찍은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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