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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병원에 취업한 한국 간호사…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 없어”

서비스매너연구소23.07.28

60시간 넘는 근무에 처우는 열악

간호인력 유출로 중소병원들 타격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하기도

 

한국에서 일할 때는 앉아서 점심을 먹은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이 씨는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간호사가 됐지만 과중한 업무와 선배 간호사들의 폭언 등으로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에 불과한데 연봉은 4배 가까이 높다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해외로 떠나는 간호사들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 취업을 택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과중한 반면 처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2년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를 하다 지난해부터 호주 멜버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이모 씨(33)한국 병동에선 간호사 한 명당 한 번에 환자를 20명씩 담당할 때도 있었는데 호주에선 4명만 돌본다그만큼 환자 한 명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업무 피로감도 적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의 42.5%가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는 주 60시간 근무를 넘기는 것도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간호사 비율이 74.1%나 됐다.

 

반면 업무량 대비 보상은 적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은 4675만 원으로 연봉이 90001억 원 안팎인 미국의 절반 남짓이다. 또 한국에선 3교대 근무가 대부분인 반면 미국 간호사들은 주 3일을 2교대로 일하고, 4일은 휴식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또 미국의 경우 정년이 따로 없고 전담 간호사 제도가 정착돼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3월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해 이민을 준비 중인 오모 씨(26)한국에선 3교대인데도 연장근로가 당연하게 여겨져 하루 12시간씩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진료 차트로 머리 맞는 일 비일비재

 

 병원 내 엄격한 조직 문화도 간호사들이 국내 병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년 차 간호사 신모 씨(27)실수를 하면 선배들에게 진료 차트로 머리나 등짝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0.1%나 됐다.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77.8%)이 제일 많았고, 업무 몰아주기(36%), 따돌림(34.5%) 순이었다.

 

간호 인력의 사직과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중소 병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 병원이 퇴사자 대체를 위해 신규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다 보니 중소 병원에서 간호 인력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 박모 씨(57)젊은 간호사가 자꾸 빠져나가 정년퇴직한 60대 간호사를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남은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늘면서 연차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부족으로 응급구조사 등이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유출을 막으려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처우 개선을 위해선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료법에 관련 규제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처우를 개선해야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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