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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표류환자 받을 때까지 모든 병원에 경보

서비스매너연구소23.10.28


이달 6일 오후 720.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에 자리한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내에서 크고 날카로운 경보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이 알람은 오사카부에서 한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탄 채로 30분 넘게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임을 알리는 소리였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의료진 책상에 놓인 단말기에는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입력한 환자의 주요 증상과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의 바이털 사인(활력 징후)이 바로 떴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 정보를 토대로 환자를 수용할지 여부를 이 단말기에 입력했다. 그제야 알람은 잦아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의료진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 환자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로 뺑뺑이를 돌고 있을 때 인근 병원의 모든 응급실에 알람을 울리는 이 시스템의 명칭은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

 ‘마못테란 일본어로 지켜줘라는 뜻이다. ‘지금 환자가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초가 급한 상황이니 어느 병원이든 이 환자를 받아서 생명을 지켜달라고 외치는 셈이다.

 

이는 구급대원이 병원 수십 곳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수용 여부를 문의해야 하는 한국의 응급환자 이송 과정과는 확연히 달랐다

올해 3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보도한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에서 뇌출혈 환자인 이준규 군(13)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답변을 받으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228분을 표류했다

다리가 골절된 박종열 씨(39)23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고 378분을 떠돌다 다리를 잃었다. 생사(生死)를 헤매는 환자의 골든타임은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흘러가 버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달 1115일 기자가 오사카부 현지에서 만나거나, 이달 318일 화상, 이메일 등을 통해 인터뷰한 의료진들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표류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마못테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구급차 뺑뺑이를 도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 앱에 응급이송 가능 병원 자동표시,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

 

지난달 13일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이곳에 실려 온 중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응급중환자실 안에 들어서자, 의료진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PC 크기의 검은색 단말기가 보였다.

이 단말기에는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라고 적혀 있었다.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중환자실과 간호사 스테이션에 마못테 단말기가 1대씩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부의 구급대원은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4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면 이 마못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급대원이 마못테 네트워크에 환자의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면 단말기에서 알람이 크게 울리는 동시에 해당 환자에 대한 정보가 뜬다.

 

경보 울리는 일본 vs 전화 돌리는 한국

 

환자의 정보를 보고 병원은 수용 가능또는 불가능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병원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알람은 계속 울린다. 이 병원 나카오 슌이치로 응급의학과 의사는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마못테 네트워크는 구급차 뺑뺑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한 응급환자의 존재를 오사카부 전체 병원에 동시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한 번에 일 대 다()’로 문의하는 셈이다. 그중 한 곳이라도 수용 가능 버튼을 누르면 환자는 더 이상 표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구급대원이 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일 대 일로 문의한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용 여부를 묻는 과정을 환자를 받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그 사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게다가 한국의 구급대원은 시시각각 변하는 응급실 상황을 바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했던 A병원에 구급대원이 다른 병원에 차례로 전화를 돌리는 동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생기더라도, 다시 A병원에 전화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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